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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레소 vs 핸드드립 카페인 (추출 방식, 카페인 함량, 각성 효과)

by 집콕바리스타 2026. 4. 29.

진한 에스프레소가 카페인이 제일 셀 거라고 믿어왔다면, 그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부산 모모스커피에서 바리스타에게 들은 한마디가 저의 오랜 확신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쓰고 진할수록 정신이 바짝 든다고 느꼈던 그 감각, 알고 보니 카페인 총량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제 얘기를 들으면 놀라실거에요.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로 커피를 내리고있는 친구들

핸드드립 카페인 함량이 에스프레소보다 많은 이유

오랜만에 출장으로 부산에 내려간 날이었습니다. 광안리 쪽 일을 마치고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유명한 카페인 모모스커피에 들렀는데, 창가 자리에 앉아 라테를 주문하려다 바리스타가 드리퍼에 물을 조심스럽게 따르는 모습에 눈이 멈췄습니다. 결국 마음이가는 핸드드립으로 바꿔 시켰고,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바리스타와 짧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에스프레소가 당연히 카페인이 가장 셀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바리스타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사실 핸드드립이 카페인을 더 많이 뽑아내요. 물이 원두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카페인은 더 많이 녹아 나오거든요." 그 말이 귀갓길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직접 찾아봤더니 정말이었습니다. 핵심은 용해도(solubility)에 있었습니다. 용해도란 특정 물질이 용매에 얼마나 잘 녹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커피에서는 카페인이 뜨거운 물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접촉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에스프레소는 고압으로 20~30초 안에 추출하기 때문에 농도는 진하지만 물 양 자체가 30ml 안팎으로 적습니다. 실제 카페인 함량은 샷 1잔 기준 약 60~80mg 수준입니다. 반면 핸드드립은 추출 시간이 2~4분에 달하고, 사용하는 물의 양도 200ml 정도로 훨씬 많습니다. 물이 원두층을 천천히 통과하면서 카페인을 충분히 용해시키기 때문에, 1잔 기준 카페인 함량이 약 100~150mg까지 올라갑니다(출처: 미국 식품의약국 FDA).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추출 방식별 카페인 함량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핸드드립: 1잔(200ml) 기준 약 100~150mg
  • 모카포트: 1잔 기준 약 80~120mg
  • 에스프레소: 샷 1잔(30ml) 기준 약 60~80mg

핸드드립과 에스프레소외에 모카포트도 많이들 사용하는 추출방식이라 한번 리스트에 비교차 넣어봤습니다. 여기서 모카포트로 추출한 커피의 함량은 두 방식의 중간 어딘가에 위치합니다. 에스프레소보다 낮은 압력으로 추출하지만 물의 양이 더 많아, 카페인 총량은 에스프레소보다 많고 핸드드립보다는 적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에스프레소가 제일 세다"는 인식이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를 생각하면, 이 순서는 꽤나 의외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있는 모든 지인들이 다 저와 같은 생각이였다고합니다.

추출 방식별 각성 효과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그렇다면 제가 그동안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느꼈던 그 정신을 바짝 들게하는 강렬한 각성감은 무엇이었을까요. 직접 여러 방식으로 마셔보면서 이 물음을 계속 붙들고 있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마셨을 때의 느낌은 분명히 즉각적이었습니다. 마신 직후부터 머리가 맑아지는 감각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이건 아마도 혈중 카페인 최고 농도(Cmax)와 관련이 있을 겁니다. Cmax란 물질이 혈액 내에서 도달하는 최고 농도를 의미하는데, 에스프레소처럼 소량에 고농도로 흡수될 경우 위장에서의 흡수 속도가 빨라져 체감 각성이 짧고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카페인 총량이 적더라도, 들어오는 속도가 빠르면 체감 강도는 높아집니다. 그리고 만약 이걸 물에 희석시켜버린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마시면 더욱 느려질거고요.

핸드드립은 정반대였습니다. 처음에는 크게 자극적인 느낌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집중력이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가 오래 유지됐습니다. 모모스커피에서 핸드드립 한 잔을 천천히 다 마셨을 때, 정말로 이상하게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분 탓인가 싶으면서도 왠지 진짜인 것 같기도 했는데, 집에 돌아와 확인하고 나서야 그 감각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카페인의 반감기(half-life)도 여기서 중요한 개념입니다. 반감기란 혈중 카페인 농도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하며, 성인 기준 평균 약 5~6시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미국 수면재단 Sleep Foundation). 핸드드립처럼 카페인 총량이 많은 경우, 반감기가 동일하더라도 혈중에 남아 있는 절대량이 많아 각성 상태가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분쇄도(grinding fineness)라는 변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분쇄도란 원두를 얼마나 곱게 갈았는지를 나타내는 기준으로, 입자가 곱을수록 원두의 표면적이 넓어져 물과의 접촉 면적이 늘고 카페인이 더 많이 추출됩니다. 같은 핸드드립이라도 굵게 분쇄한 원두와 곱게 분쇄한 원두는 카페인 함량에서 의미 있는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방식만으로 카페인이 100% 결정된다"고 보기도 어렵고, 원두량과 분쇄도를 함께 고려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이 경험 이후로 컨디션에 따라 방식을 바꾸는 것이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빠르게 집중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에스프레소, 오전 내내 안정적인 각성 상태를 유지하고 싶을 때는 핸드드립처럼 선택 기준이 생긴 것입니다.

솔직히 아직도 완전히 믿기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몸으로 느끼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 느낌 자체가 총량이 아닌 속도와 농도의 착각이었다니. 앞으로는 평일 아침에도 핸드드립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진짜 카페인이 더 많은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면 오전이 달라질지, 직접 몸으로 확인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

같은 원두를 가지고 있다면, 한 번쯤 추출 방식을 바꿔 비교해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분명한 차이를 느끼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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