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3 저가형 그라인더를 쓰면서 느낀 맛의 한계 솔직히 저는 그라인더가 이렇게까지 중요한 줄 몰랐습니다. 연남동 스페셜티 카페에서 공들여 원두를 고르면서, 정작 그걸 가는 도구는 쿠팡에서 제일 저렴해보이는 18,900원짜리를 샀거든요. 그리고 반년 동안 그 선택의 대가를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으로 치렀습니다.좋은 원두를 산 다음에 생긴 일홈카페를 시작한 지 여섯 달째였습니다. 망원동 반지하 원룸에서 드리퍼 하나 놓고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렸는데, 카페에서 마시는 핸드드립과 집에서 내리는 커피 사이의 간격이 도저히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물 온도 문제인가 싶어서 온도계를 샀고, 그다음엔 드립 속도 문제인가 싶어서 유튜브를 뒤졌습니다.그러다 알게 된 개념이 분쇄 균일도였습니다. 분쇄 균일도란 원두를 갈았을 때 입자 크기가 얼마나 고르게 나오는지를 나타.. 2026. 4. 17. 커피 분쇄 타이밍 (향미 손실, 홀빈, 산화) 솔직히 저는 꽤 오랫동안 분쇄된 원두를 사서 썼습니다. 귀찮기도 했고, "원두는 다 거기서 거기 아닌가"라는 안일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한 봉지와, 퇴근 후 울린 카톡 한 통이 증명해줬습니다.10분이 만든 향의 차이, 처음에는 컨디션 탓인 줄 알았습니다그날은 별다른 날이 아니었습니다. 퇴근하고 핸드밀로 예가체프를 갈다가 회사 카톡이 울렸고, 답장을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10분이 흘러 있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드리퍼에 분쇄 커피를 옮기고 코를 가져다 댔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히 갈 때는 블루베리 잼 같은 달콤하고 묵직한 향이 확 올라왔는데, 그 향이 어딘가 흐릿해진 느낌이었습니다.처음에는 그냥 제 컨디션 문제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2026. 4. 17. 종이필터 린싱 (종이냄새, 드리퍼예열, 린싱효과) 솔직히 저는 린싱이 그냥 깔끔한 사람들의 습관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귀찮기도 했고, 실제로 맛이 달라지는지 반신반의했습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부산 광안리 근처 카페에서 일하던 시절, 손님 한 분의 말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손님의 한마디가 바꾼 습관바쁜 주말이었습니다. 주문이 밀리면서 필터를 미리 헹궈둘 여유가 없었고, 그냥 드리퍼에 올려서 바로 원두를 넣었습니다. 얼마 후 손님 한 분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커피에서 미묘하게 종이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처음엔 솔직히 기분 탓이라고 넘기려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한 모금 마셔보니, 뒷맛에 확실히 텁텁하고 건조한 이물감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일부러 필터를 헹군 것과 헹구지 않은 것을 나눠서 비교 테스트를 해봤습니다.결과.. 2026. 4. 17. 드립커피 교반 (추출 속도, 과추출, 교반 기준) 솔직히 저는 '교반'이라는 단어를 카페에서 일하기 전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드립하다가 저어주면 저어주는 거고, 안 저어주면 안 저어주는 거지 그 행동에 이름이 있다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동작 하나가 커피 한 잔의 인상을 이렇게 바꿔놓을 줄은, 직접 겪기 전까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교반이 추출 속도를 바꾸는 이유드립커피를 내릴 때 스푼으로 한두 번 저어주는 행동을 교반이라고 합니다. 교반이란 커피층과 물이 맞닿는 방식을 인위적으로 바꿔주는 조작으로, 자연스러운 중력 흐름에 물리적 개입을 더하는 것입니다.저어주지 않으면 물은 위에서 아래로 일정하게 투과되면서 커피를 서서히 적십니다. 반면 교반을 하면 커피 입자와 물의 접촉면이 순간적으로 늘어나면서 추출 속도가 눈에 띄게.. 2026. 4. 16. 이전 1 2 3 4 5 6 7 8 ··· 14 다음